팔레스타인 분쟁지역과 남북한, 참 많이 닮았다

오는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준비해왔던 남·북 공동행사가 개최장소로 인한 혼선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이번 문제의 기저에는 최근 몇 년간 다시 나빠진 남·북 관계가 깔려 있다.

민족 간의 깊어진 갈등의 골,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오마르>가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읽으며,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남과 북에 어떤 점을 시사하고 있는지 바라봤다.

<오 마르>의 주된 배경으로 나오는 분리장벽. <오마르> 촬영팀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직접 분리장벽을 찍기도 했지만, 벽의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것은 허락받지 못했다고 한다.ⓒ 판다미디어

19세기 후반부터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그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 공격을 차단하고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지난 2002년부터 요르단 강 서쪽에 장벽을 건설해왔다. 소위 ‘분리장벽’으로 불리는 이 벽은 총 길이 712km, 높이 8m에 달한다.

지난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는 ‘분리장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 것으로, 이는 국제법에 어긋나며 철거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실제로 장벽의 대부분 구간에는 철조망이 있고 장벽 한쪽에는 도랑이 파여 있어 벽 너머로 넘나들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전기감지기, 순찰도로 등이 설치돼 있어 요르단 강 서쪽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의 삶이 장벽에 의해 분리된 채 파괴되고 있다.

<오마르>는 이 분리장벽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팔레스타인 제빵사 ‘오마르’가 연인 ‘나디아’를 만나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분리장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친구 ‘타렉’과 ‘암자드’와 함께 자칭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한 일에 가담한 오마르.

하지만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잡혀 자백하지 않으면 징역 90년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것이라는 협박을 받게 된다. 오마르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결국 이중첩자가 되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이중 첩자가 되면 바로 풀어주고 가족들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협박받고 있는 오마르.ⓒ 판다미디어

물리적 장벽은 심리적 장벽을 만들고

다시 바깥 세상으로 돌아온 오마르에게 사람들은 ‘큰 죄목을 안고서도 이렇게 쉽게 풀려났다는 건 이스라엘의 첩자가 됐기 때문’이라며 손가락질한다. 배신자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오마르는 사랑과 우정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오랜 분쟁 상황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다시 비밀경찰에게 붙잡혀 감옥으로 향하게 된 오마르는 이중첩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바깥 세상에 나왔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믿기 어려운 비밀과 거짓말을 접한다.

이처럼 영화 <오마르>는 주인공 오마르를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 세워진 분리장벽이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사람들 간의 신뢰 관계를 무너트리는 변화까지 담아내고 있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일상의 평화를 지켜내려고 노력하는 오마르.ⓒ 판다미디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리장벽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장벽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어 점령한 군사분계선, 우리나라의 3·8선도 그 역사에 있다. 분리장벽과 마찬가지로 3·8선 또한 6·25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한반도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3·8선으로 갈라져 버린 남과 북은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적인 거리까지 벌어졌다. 탈북자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나, 북한 사람들은 어떠할 것이라는 특정한 편견들은 남과 북의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방증한다.

어쩌면 요르단 강가에 우뚝 서 있는 분리장벽도 시간이 지나면 팔레스타인 지역뿐 아니라 벽 너머의 사람들까지도 갈라놓지 않을까. 영화 <오마르>에서 분단 70년을 앞둔 남과 북의 모습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오마르>의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이라는 상황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랑, 우정 그리고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남과 북 또한 마찬가지로, 정치·경제와 같은 거시적인 접근뿐 아니라 분단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